거문도 일대에서 가장 풍광이 아름다운 곳인 백도는 거문도에서 뱃길로 30분 거리에 있으며 다도해국립해상공원일뿐더러 국가명승지 제7호다. 백도는 섬 전체가 온통 하얗게 보인다고 해서 백도라 했다는 이야기와 섬이 100개에서 하나 모자라 일백 백(百)에서 한 획(一)을 빼 백도(白島)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39개의 돌섬으로 이뤄져 있다.
슬프지만 흥미로운 전설도 지니고 있다. 옥황상제의 아들이 용왕의 딸과 눈이 맞아 이곳에 머물렀는데 100명의 신하를 내려 보내도 올라오지 않았다. 더구나, 신하들마저 돌아갈 시간을 까맣게 잊어버린 채 용궁궁녀들과 놀고 있는 것을 안 옥황상제는 화가 나서 아들과 신하들을 돌로 변하게 했다는 전설을 백도를 바라보며 상상에 빠져보는 것도 백도만이 주는 환상이다. 백도의 갖가지 기암괴석과 수많은 세월동안 몰아치는 파도로 인해 형성된 절벽과 무수한 타원형의 해안가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넋을 놓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환경보호와 생태보전을 위해 사람의 접근을 금지해 온 ‘금단의 섬’이기도 했다. 거문항을 출발한 유람선을 타고 30분 정도의 항해를 하다보면 백도는 놀라울 만큼의 비경으로 하늘과 맞닿아 그림처럼 빛나고 있는 것이 보인다. 등대섬이 있는 상백도와 병풍섬, 곰보섬이 서로 껴안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멀리 하백도가 흰 돌기둥을 무수하게 세워두고 힘겹게 지붕을 받치고 있는 것도 보인다.
유람선이 섬에 다다를 즈음에는 이곳저곳에서 사람들의 탄성이 들린다. 강제를 하지 않아도 오랜 세월동안 거기 한 자리에서 버티고 있으면서 온갖 풍광을 이겨내면서도 우아한 자태를 가지고 있는 인내심에서 비롯된 탄성일 것이다. 만약 황혼녘에 백도에 당도했다면 황금으로 만든 것처럼 온통 노랗게 빛나고 있는 상백도의 상암, 중암, 하암 바위덩어리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왕관처럼 황금빛으로 깊게 물들어 파도와 함께 흔들리는 세 섬을 볼 수 있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의 축복이다. 운이 좋은 날은 노랗다 못해 붉게 물들어 보이는 원추리가 꽃대를 올리고 있는 풍성한 광경을 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풍경 위로 봉우리 높이 솟아있는 하얀 등대의 온 몸을 송두리째 볼 수도 있다. 형제 바위는 백도의 전설에서 나오는 신하들 중의 형제가 숨어서 옥황상제의 꾸지람을 듣다가 형제 바위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그대로 전해주어 한 번 더 바라보게 하기에 충분한 형상이다. 본 섬의 모퉁이를 돌아 만나는 노적바위는 옥황상제의 아들이 신하들과 먹을 양식을 쌓아놓은 바위라는 설명이 굳이 필요 없을 정도로 커다란 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아래 아주 느리게 평생을 파도 속에서 헤엄치고 있는 거북섬은 또 다른 환상의 세계를 선물해 주기에 충분하다. 낙타섬을 올려다보면 더 탄성이 나온다. 자연의 놀랍고 신비스러운 힘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세상의 온갖 만물상이 여기에 있고 누가 보아도 당연한 성모마리아 상도 눈에 보인다.
백도 유람은 날씨가 좋아야 원하는 만큼 볼 수 있다. 하지만 궂은 날씨에도 그만큼의 운치를 보여주는 곳이 또 백도의 풍광과 신지끼의 느낌이다. 유람도중에 풍랑이 불면 어김없이 나타나 유람선을 쫓아준다는 인어이야기도 흥미가 쏠쏠하다. 유람선이 거문항에 안전하게 입항하고 나면 비로소 바람이 불고 풍랑이 격해졌다고 뱃사람들이 전할 정도로 신지끼는 두려우면서도 신비로운 존재였다. 해풍과 풍랑으로 더 아름다운 세월을 간직하고 있는 백도는 자연이 만든 가장 큰 예술 작품임이 틀림없다. 해풍 따라 코끝으로 전해져오는 풍란 향기 더듬어 노를 저어가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