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가 만개한 영취산에서 내려다보면 여수의 심장인 여수국가산업단지가 보인다. 바다가 바로 인접한 산업단지이다. 누군가 그 도시의 활력을 알고 싶으면 가장 힘차게 24시간 쉬지 않고 움직이는 산업단지를 찾아가보라고 했다. 광양만과 함께하는 석유화학단지는 단지 산업화되어가는 공장의 삭막함만을 보여주지 않아 더 눈길을 끈다. 탁 트인 바다와 산업단지. 그리고 밤이면 쉬지 않고 돌아가는 공장의 화려한 불빛. 여수10경에 굳이 산업단지가 선정된 이유가 아닐까.
여수국가산업단지는 호남정유공장이 터를 닦고 세워지면서 우리나라 최대의 석유화학공업단지로 성장하는 발판을 닦았다. 뒤를 이어 남해화학, 메탄올공장 등을 비롯해 비금속, 기계, 전기전자, 비제조업 등이 자리를 잡고 지원시설로는 호남화력발전소와 여수화력발전소, GS칼텍스 부두 등이 설치되어 있다. 현재는 조립, 금속관련, 제일모직, 삼남석유화학, 한국바스프 등 주요 화학 기업들이 여수산단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공장 건설을 이전, 이 지역은 여수를 대표하는 산들에 둘러싸여 있었으며 특히 앞으로는 섬진강 하구에 형성된 광양만이 있어 남해안 어족의 산란지역으로 일컬어지는 황금어장이기도 했다. 공장이 형성될 즈음에 선사시대 유물들이 다수 출토되어 사장될 유물들이 구제, 발굴되었다. 적량동, 평어동, 월래동 등의 지역에서는 고인돌 뿐 아니라 강력한 권력이 있었음을 알게 해주는 비파형 청동검, 경제적으로 풍요로웠음을 알려주는 소옥, 대롱옥, 곱은옥 등의 장신구가 발굴되기도 하였으며, 돌칼, 돌창, 돌화살촉, 민무늬토기 등의 생활도구가 출토됨으로서 이 지역이 선사시대부터 유리한 주거지였으며, 더불어 청동기시대의 중요한 자료를 제공해 주었다. 특히 볍씨자국이 있는 토기는 일찍부터 쌀농사를 지었음을 알게 해 주는 중요한 유물이었다.
산단과 인접한 광양만은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의 전승지 중 한 곳인 관음포대첩이 있었던 곳이며 노량해전으로 알려진 충무공의 마지막 전투도 바로 이 바다에서 있었던 유서 깊은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늘어나는 물류의 원활한 운송과 함께 물류비용을 감소하며, 여수세계박람회를 찾아오는 관람객의 편의를 위해 산단과 묘도를 거쳐 광양시까지 연결하는 여수국가산업단지 진입도로를 건설 중이다. 또, 여수국가산업단지는 '미래형 생태산업단지' 구축을 통해 친환경 도시로의 추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생태산업단지란 먹이사슬로 공생하는 자연생태계의 자연스러운 원리를 산업에 적용시킨 개념으로 에너지, 용수, 물질 등을 포괄하는 환경 및, 자원문제를 다루는데 협업을 통해 환경적, 경제적 성과를 동시에 추구하는 제조업 및 서비스 업체들의 공동체이다.
여수국가산단을 걷다가 만나는 흥미로움은 또 있다. 바로 산단 안에 위치해 있는 흥국사이다. 흥국사는 보조국사 지눌이 창건한 사찰로 나라가 흥하면 절도 흥할 것이라는 흥국을 염원하는 사찰로 유명하다. 대웅전을 비롯한 6개의 보물과 다양한 문화재가 관람의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하며, 대웅전 문짝마다 달려있는 큰 문고리를 만지면 삼악도를 면한다고 하는 전설이 전해져 온다. 이 절을 지은 스님들이 1000일 기도를 하며 흥국사를 찾아오는 중생구제를 위해 만들었다고 하니 흥국사의 큰 문고리를 꼭 만져보도록 하자. 여수를 찾은 더 큰 즐거움과 행복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