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의 여행을 떠난다. 복잡하고 미온한 기계조각도 하지 않는다. 배에 몸을 맡기고 두 눈은 바다를 바라보기만 하면 된다. 흔적을 향한 타이머가 맞춰지고 거슬러 간 시간이 배와 맞닿아지면 두 발은 공룡이 살았던 고대의 시대에 당도한다. 평평한 바위 위에 각인되어 바닷물이 고여 있는 공룡의 발자국을 따라 길게 걸어본다. 공룡의 발자국 위로 발을 내디뎌 포개보며 이미 사라져버린 공룡의 숨결과 체취를 따라가 본다. 공룡의 발길은 길게 뻗어 바다를 향해 뻗어 있다. 이미 사라져버렸다고 믿었던 공룡들이 무리를 지어 바다 속에서 헤엄을 치며 올라올 것만 같은 상상에 빠져들기도 한다.
사도(沙島)는 신비의 타임로드가 펼쳐지는 섬이다. '바다 한 가운데 모래로 쌓은 섬 같다'고 사도라 불리는 이곳은 여수가 거느린 수많은 섬들 중 하나로 해양수산청이 선정한 '여수 해양관광 8경'에 꼽힌 명성을 자랑한다. 또, 현대판 모세의 기적인 신비의 바닷길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사도는 본도, 추도, 긴도, 시루섬, 나끝, 연목, 진대성의 일곱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해마다 음력 2월이면 7개의 섬이 'ㄷ'자로 이루어지는 모세의 기적 같은 바닷물의 갈라짐 현상이 장관이다. 1년 중 바닷물이 가장 많이 빠지는 이때, 마을 사람들은 바다가 갈라져 드러난 뻘에서 낙지, 해삼, 개불, 고둥 등을 줍는다. 사도가 이곳에 뿌리를 박고 살고 있는 마을 사람들에게 주는 축복이자 선물이다.
섬을 둘러싸고 있는 절벽의 지층을 바라보며 수 만 년이 지나간 시간의 흐름을 읽는다. 색색이 다른 빛깔로 층층이 쌓여져 있는 퇴적층이 상상도 하지 못할 먼 후대인 우리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자연의 말할 수 없는 위대함이 바람결에 실려 와 머리칼을 흩날리게 하며 말을 걸어온다. 먼 고대는 사라진 것이 아니야. 다만 형태와 모습을 달리 했을 뿐. 너희들의 가슴 안에 뜨거운 기억의 흔적으로 남아있는 것이야. 사실은 이곳이 바닷물이 출렁이는 섬이 아닌 공룡들이 살았던 육지였으며, 땅이 뒤틀리고 솟아오르거나, 내려 앉아 공룡들은 사라지고 발자국만 남아있다는 것을 해안가의 바위 위에선명한 발자국들로 이해를 도와준다.
사람의 형상을 그대로 닮은 얼굴바위가 노을 배경으로 사도를 찾은 사람들을 내려다본다. 눈썹이 굵고 콧대와 입술 선이 분명한 사람이다. 수 만 년을 일렁이는 파도와 함께 바다를 바라보고, 사도를 찾아오는 사람들을 보며 무언가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만 같아 잠시 숙연해진다.
가족단위 쉼터로 적당한 양면 해수욕장과 아이들에게 고대학습장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우수성은 선착장에 자리하고 있는 티라노사우루스의 모형이 호기심 유발과 함께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음을 말해준다. 작고 조용한 해수욕장의 모래 위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바라본다. 바로 눈앞으로 한없이 흐르며 쏟아져 내리는 한 무더기의 별들. 어린 시절 외가의 툇마루에 누워 뒷마당의 댓잎이 바람에 흔들리며 버석거리는 소리와 함께 쏟아지던 별무더기로 인해 먹먹하도록 가슴 무너졌던 기억이 떠오른다.
보면 볼수록 눈길이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는 곳 역시 사도이다.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은 곳이 없다는 증거이다. 무엇보다도 사도의 밤 풍경은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선물해준다. 돌담에 피어있는 작은 꽃들의 향기와, 금방이라도 툭.툭. 지상으로 화라락 쏟아질 것만 같은 별들, 좌·우에 위치한 손바닥 만 한 크기의 아담한 양면 해수욕장 등이 마음마저 편안하게 한다.